Drama♥/日드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 1-4화 사와의 내레이션 정리

취미는 음악관람 2014. 8. 11. 20:56



메꽃은 내레이션만 들어도 극의 흐름이 파악된다. 내용도 좋다.

그래서 1-4화에 나온 사와의 내레이션들을 정리해 보았다.




*


제 1 화





사실은 '엄마'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남편은 아이가 없는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러는 걸 거예요.

일부러 상처 줄 필요는 없겠지요.







큰소리로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화재가 난 곳이 우리집이었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을 거예요.


잃고 나면 눈물을 흘리게 만들 정도로 소중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거든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것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느님, 용서하세요.

제가 정말 나쁜 짓을 저질렀습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반성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저렇게나 멋진 집과 가족이 있는데 불륜이라니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부디 저 여자의 불륜이 들키게 되어

그녀가 지옥에  떨어지기를.







남편은 동성애자가 아닙니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에요.

결혼 전에는 자연스럽게 저를 원해 왔었거든요.


단지 잠자리를 하지 않는 부부라고 해서 헤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들은 사이좋은 부부거든요.


그치만...







솔직히 고백합니다.

오늘은 부엌에 서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과 만났기 때문일까요.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때문일까요.







불륜.

음란하고 추잡하고 몰상식한 욕망.


가족을 배반하고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친구를 잃게 되며

자신마저도 고통의 수렁에 빠트리게 되는 짓.


발을 들인 순간 출구가 없다는 걸 알아차려도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랑.







나와는 일평생 상관없는 일입니다.






*


제 2 화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불륜을 들키게 되는 날엔

이 음험한 시어머니가 

더욱 심한 욕을 퍼붓겠지요.


그 여성스러워 보이는 남편도

무섭게 덤벼들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마치 여고생같네요.

그 사람과는 잠시 대화를 나눴을 뿐

그 어떤 꺼림칙한 일은 한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더군다나 애초에 그럴 용기도 없는 주제에.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그 이후로 쭉 그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망상 속의 나는 그 사람을 안기도 하고 

볼에 입맞춤을 하고 응석을 부렸다가 들볶기도 하고

믿기 힘들 정도로 분방하고 자유로웠습니다.







결혼한 지 5년.

처음으로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하지만 딱히 갈만한 곳은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지만 그런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햄스터는 잘 도망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들은 항상 비겁합니다.

문을 두들기만 하고 자신이 열려고는 하지 않거든요.

여자가 문을 열어 '여기야.' 하고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쳐 버린답니다.


그것이 금단의 문이라면 더욱.






*


제 3 화





이토록 비참할 수가 있을까요.

오랜만에 남자와 단둘이 되어 들뜨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전부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워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최악입니다.

그에게 거절당한 분풀이를 남편에게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받아줄 상대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사실입니다.

부부라는 존재의 가치는 의외로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난 듯이 말했지만

사실은 그녀가 말한 그대로 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절대로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나도 한번 더 그를 만나러 가겠지요.

'왜 내 기분을 몰라주는 거야' 하며 울고 달려 들겠지요.


나도 한 꺼풀 벗겨 보면 그녀와 똑같이

배은망덕한 사랑을 동경하는 경멸스러운 여자일 거예요.







불륜은 꿈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라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망가진 기계같은 것입니다.


그 사람은 아마도 나를

아무나하고 우산을 쓰는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겠지요.


슬프지만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미움받는 편이 괜한 기대를 가지지 않고 끝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해서 더이상 그 사람과는 만날 일은 없겠지요.


안녕.

비참한 사랑.


안녕.

어리석고 꼴사나운 나여.


안녕.

키타노씨.







싸움이든 뭐든 좋아.

따뜻한 말 같은 건 필요없어.


그냥 이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나는 이대로 어딘가에 가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세상을 적으로 돌릴 각오도 하지 못했으면서.






*


제 4 화





이 사람은 부인이 있는 사람.

나는 남편이 있는 몸.


알고 있습니다.

더이상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절대로.







자백합니다.

죄책감은 없었어요.


이야기만 나눴을 뿐,

손만 잡았을 뿐,

아직 불륜은 아니야...


남편의 얼굴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더이상 남편의 '엄마' 소리가 짜증나지 않았습니다.

'외도를 하면 남편에게 상냥해질 수 있다'

리카코씨가 했던 말은 사실이였어요.







확실히 나는 어린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아니요. 어린 아이이고 싶을 뿐.

각오를 하고 그 사람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서 안심했습니다.

나는 혼자서 속죄의 식사를 했습니다.







그 날의 립스틱이 생각났습니다.

이 립스틱을 바르면 각오가 생길 것도 같아요.


그 사람은 어떻게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요.







약속한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나는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결국 각오같은 건 하지 못했지만

다만, 그를 만나고 싶을 뿐이에요.







단지 만나지 못하게 된 것 뿐인데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쌀쌀맞은 문자에 이유를 물어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미련스럽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이 곳을 걸으면서

잠시 우쭐댔던 바보같은 자신을 비웃지 않으면

작별을 고하지도 못할 것 같아서요.


너무나도  짧았던 사랑에게.

환상과도 같이 상냥했던 그 사람에게.








인간은 왜 해선 안 될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걸까요?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은 하지 않고 사는 편이

분명히 행복한 일일텐데 말입니다.







남자와 키스를 하면서 눈을 떠본 것은 처음입니다.


이제 더이상 이 파란 하늘을

구름 한 점 없는 기분으로 올려다 볼 수 없겠다고 생각하니

온몸을 쑤시는 듯한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